휴대폰이 쉴 새 없이 진동한다.
화면을 켜자 재난문자들이 폭탄처럼 쏟아진다.
이거 진짜 큰일 난 건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실감이 나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우선,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내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마트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차가운 물이 점점 실내로 들이닥치고, 갑자기 평범했던 일상이 낯설고 두렵게 느껴진다.
휴대폰을 움켜쥔 채, 나는 급하게 집으로 향한다.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마트 밖으로 뛰쳐나오고 마주한 풍경.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가득찼다.
물은 무릎까지 차오른다.
물이 더 차기 전에 집에 도착해야 한다.
물은 급격히 불어났고, 도저히 앞으로 나아 갈 수 없을 지경이다.
평소엔 익숙하던 길이 오늘따라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수위가 조금씩 가라 앉고 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족들은 무사한지,
강아지는 무사한지,
귀중품이나 여권은 찾을 수 있을지,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참담했다.
벽지는 물에 젖어 처참하게 벗겨져 있었고, 흙탕물과 쓰레기로 가득하다.
가구들은 물에 잠겨 있었고, 창문이 깨져 빗물이 계속 흘러들어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숨이 막히는 듯했고, 마음 한켠에는 무력감과 절망이 밀려왔다.
익숙했던 공간이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이게 정말 우리 집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보는 이 풍경이
마지막으로 보는 우리 집일 듯 하여 눈에 가득 담아뒀다.